제목 다니던 회사 버린 사업으로 2750억 '대박' 날짜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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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민 디스플레이테크 대표는 한가지 품목을 거래처 한 곳에만 납품하는 ‘한우물 경영’으로 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을 일궜다. 최근 색소폰 연주를 시작한 그는 “요즘 합주를 하며 남의 소리를 듣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과감하게 투자하라, 거래처는 다변화하라, 새 먹거리를 찾아라. 경영학과 새내기도 알 법한 경영 상식들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길만 밟아 성공한 회사가 있다. 능력 밖의 투자는 하지 않고, 단 1곳의 업체와만 거래하며, 한 분야 외에는 눈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외환위기로 엄혹했던 199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고, 연 2750억원(지난해 추정치)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중견기업이 됐다.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액정(LCD) 모듈을 만드는 디스플레이테크 박윤민(51) 대표의 이야기다.

 디스플레이테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노트북·태블릿PC에 쓰이는 중소형 LCD 화면의 패널 후공정과 모듈화 작업을 맡고 있다. 패널을 받아다가 구동 칩과 배선 등을 붙여 기기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듈로 조립해 납품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닌 LCD를 탑재한 제품이 75%이며, 이 중 15%가량을 디스플레이테크에서 만든다.

 박 대표는 창업을 꿈꿔보지 않았던 평범한 중견기업 연구원이었다. 대우 계열사인 오리온 전기의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다가 1998년 37세의 나이로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직원 3명의 디스플레이테크를 설립했다.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 출신인 박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LCD를 배웠다. 원래는 반도체 전문 엔지니어였다. 그런데 좁쌀만 한 반도체 칩을 보다가 LCD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우기다시피 회사에 요청해 LCD 담당 부서로 이동했다. 관련 지식을 배울 곳도 없어 무조건 “제조 현장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당시 LCD는 전자손목시계나 전기밥솥에만 부분적으로 쓰였고, 설계는 화면에 보일 글자를 10배 확대해 모눈종이에 직접 그리고 그 위에 필름을 붙인 뒤 오려내는 식의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박 대표는 여기에 반도체의 전산화 과정을 접목했다.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해 작업했더니 공정 수율이 높아지고 불량률도 줄었다.

 IMF의 한파가 찾아오자 회사는 LCD 사업을 접기로 했다. 그런데 거래처를 찾아가 “사정이 이렇다”고 설명하니 다들 “LCD는 박 팀장이 제일 잘 알지 않느냐, 회사를 차려서라도 계속 맡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만류했다. 직원 몇 명과 함께 남의 사무실 구석 자리에 얹혀서 근무했지만 첫해에도 흑자를 봤다. 90년대 중반 무선호출기·시티폰으로 시작해 ‘모바일 기기’ 시대가 열리자 회사는 급성장했다. 2011년 177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3분기에만 206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의 거래처는 단 한 곳, 삼성전자다. 이는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다.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에는 중소업체가 많았다. 당연히 거래처도 여러 곳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회사들이 점차 흔들렸고 한 번은 두 달 사이에 20억원짜리 어음부도를 3회 연속으로 맞았다. 박 대표는 ‘불안한 거래처는 정리하자’ 마음먹고 ‘삼성 뚫기’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중소 거래처를 정리했다. 주변으로부터 ‘김칫국부터 마신다’며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삼성전자에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고 ‘삼성 클러스터’의 일원이 됐다.

 그는 모교 광운대를 포함한 대학의 창업센터로부터 강의 요청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직장 경험 없는 창업은 절대 반대”라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다. 일을 열심히 하다가 창업해도 될 정도의 실력과 노하우를 스스로 갖춰서 주위 인정을 받을 때 창업을 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2년 전부터 취미로 색소폰을 배운다. 동호회에서 함께 연주도 한다. 회사 일을 각 본부장들에게 위임하고서 누리는 여유다. 그는 “벤처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황제병이 있다”며 “합주를 하면 남의 소리를 듣는 겸손을 배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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