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우물 경영·동반성장 집중해 일류 中企 됐죠” 날짜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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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화되기 힘든 초과이익 공유보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ㆍ노하우 공유가 더 시급하다. 생산에 꼭 필요한 고가 설비의 구매에 대기업 지원을 활성화한다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을 주고 동반성장을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 "

 
  벤처기업이 한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 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나는 벤처 신화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한 우물 경영`을 실천했고 우리 회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대기업과 `동반성장`의 길을 선택했다.
 
  덕분에 1998년 직원 3명으로 시작된 초소형 벤처기업, 디스플레이테크는 창업 10여 년 만에 직원 700, 연매출 2000억원을 넘나드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바일용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생산에서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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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988 10월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인
KEC에 입사해 구미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반도체 연구원으로 토털 프로젝트매니저를 5년간 맡는 행운을 가졌다. 그 무렵 KEC LCD 사업을 인수했다.

  나는 1993년 전혀 경험이 없던 액정표시장치(LCD)에 도전했다. 당시 LCD 사업은 초창기여서 적자 투성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유리기판에 화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한마디로 LCD ``이 꽂힌 것이었다. 어린 시절 즐겨 봤던 아톰, 마징가제트와 같은 만화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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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속 주인공들이 손목에 찬 워치폰을 보고 서로 대화를 하던 만화 속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될 거야
."

  이 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LCD가 선보일 환상적인 미래를 꿈꿨다. LCD 개발 공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제조라인 근무를 자청했다. 이를 통해 LCD 전공정을 혼자 개발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훗날 창업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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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LCD는 대박 상품이 됐다. 숫자뿐만 아니라 한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어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내가 창업한 회사의 핵심 기술인 LCD모듈이다. 모듈은 패널에 화상을 나타낼 수 있도록 LCD구동용 IC와 회로기판 그리고 백라이트를 결합한 것으로 크기를 대폭 줄인 경박단소화가 관건이었다. 나는 글라스 위에 LCD구동용 IC를 베어칩 상태로 직접 실장하는 COG(Chip On Glass) 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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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드디어 국내 최초로 글라스 위에 칩을 실장하는 `COG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일본 카시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쾌거였다. 이 기술의 개발은 나를 업계 스타로 만들어줬고 나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이처럼 나는 `고집` `근성`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했고, 이러한 도전정신은 나에게 커다란 기회를 계속해서 안겨줬다. 특히 LCD모듈이란 한 우물을 판 끝에 LCD가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다.
 
  나는 보다 더 큰 기술에 도전하기 위해 1996 11월 대우 계열의
오리온전기로 직장을 옮겼다. 하지만 회사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97년 말에 LCD 사업을 접었다. 안타깝게 1998년 초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나도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나는 LCD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 1998 8월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벤처기업 디스플레이테크(DTC)를 설립했다. 세계 최초의 LCD모듈 전문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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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눈팔지 않고 LCD모듈에 목숨을 걸었다. 당시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중소ㆍ중견업체가 우리의 주 고객이었다.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2002년 말 코스닥 등록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2003년 들어 벤처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대금이 제대로 결제되지 않았다. 나는 이때 경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금 결제의 확실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소업체와 거래가 많을수록 대금 결제와 거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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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고민에 빠져 있던 2003, 휴대폰 업계의 거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흑백 LCD 납품업체로 등록되었다. 동시에 대형 위주의 LCD만 생산하던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모바일용 TFT LCD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리 회사에 손을 내밀었다.

  "
삼성전자로 매출처를 단일화하자. 우리 회사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삼성전자 한 고객의 니즈만 완벽히 충족시켜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 나는 결단을 내렸다. 매출처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삼성전자만을 위한 파트너 기업이 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디스플레이테크는 자체 개발한 흑백 LCD모듈의 납품업체이자 동시에 LCD패널 후공정부터 모듈까지 생산하는 위탁가공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4
년부터 회사는 폭발적으로 신장했다. 처음으로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9년에는 누적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요즘 화두인 대기업과 손잡고 동반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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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선택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협업관계에서 기술교류는 당연한 것이므로 우리는 삼성의 노하우를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삼성이란 안정적인 매출처를 갖고 있어 투자도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05년 삼성을 믿고 안성 1산업단지에 연건평 7000, 클린룸 면적 5000평 규모의 LCD모듈 전용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시설투자까지 300억원이 넘는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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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개발과 경쟁력 향상에만 매진했다. 지금은 3D 관련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나의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반해서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성장하는 것만큼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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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과이익공유제`가 화두다. 나는 구체화되기 어려운 초과이익의 공유보다는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 있는 대기업의 신기술이나 경영 노하우, 선진 구매 기법을 협력업체에 전수해주는 기술ㆍ노하우 공유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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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업체가 자력으로 구입하기 어렵지만 생산에 꼭 필요한 고가 설비의 구매에 대한 대기업 지원을 보다 더 활성화한다면 중소기업에 더 큰 도움을 주고 동반성장을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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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민 디스플레이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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